라포엠(bluenamok) 2022. 4. 21. 03:46

 

 

오래되면

 

                                                          나목 임현숙

 

 

늙수그레한 용달차

팔팔해 보여도 매일 점검을 해야 해

 

더 오래된 차는 아직 젊어 좋겠다고 말하지

그래

서른 살 된 차가 보기엔

스무 살은 청년이지

스무 살의 절반은

짐이 깨끗하고 단출해서 날아다녔지

 

단 한 번의 추돌 사고 후

내 등에 실린 건 쇠붙이였다네

발이 땅에 붙게 버거워 헉헉거리다가도

이 짐이

누군가의 밥이 되고 날개가 된다는 것이

새 원동력이 되었어

언덕을 오를 때면 거북이가 되지만

조금 느리면 어때

심장이 멈출 때까지 달려갈 테야

 

낡고 긴 터널을 지나며

빛을 향해 뛰어가고 싶은

그 여자

아침마다 오래된 혈관에 윤활유를 붓는다.

 

-림(20220215)

한국문협 부산지부/월간 문학도시2022년 8월호/기획특집/해외 한국문학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