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흔적 - 마종기
조국이란 게 산도 들도 아니고
손 시린 사람들이란 것을
나는 너무 늦은 나이에 알게 되었어.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주춤거리며
부여잡고 살았던 흔적이 모두 핏자국이네.
그 핏자국의 겨울 추위가 몇 겹으로
굽히지 않았던 내 옛집을 얼려버려도
가난한 주문들은 결국 이루어질 거야.
눈물과 서러운 사연을 다 날려 보내고
네 손을 잡는 순간에 살아날 거야.
그거야,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상에서는 꽃의 나머지가 피어나고
온기를 기다리는 저녁이나 밤중,
언젠가 헤어져 남남이 되기 전
내가 다가가 손을 잡을게.
작고 부드러운 손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 맞아, 이거였어. 따뜻한,
내가 아직 이 나라를 그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