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25. 7. 1. 02:41

 

빨래 널기 좋은 날 

 

임현숙 

 

 

햇살이

찰랑한 강물도 훌쩍 다 마셔버릴 듯

짱짱한 날 

모처럼 마당에 빨래를 넌다 

 

건조기 속에서 몸을 말리던 빨래가  

햇살 침이 뼛속까지 박혀도

지옥 불의 혀보다 간지럽고 

살을 헤집는 바람도 

뒤엉켜 도는 아궁이보다 상냥하다고 

천국 만세라며 춤춘다 

 

꼭꼭 숨어 살던 곰팡이

먼지로 사라지고 

축 늘어졌던 실오라기들이 탱탱하게 젊어진다 

 

빨래 널기 참 좋은 날

내 축축한 그림자도 빨랫줄에 누워

높디높은 하늘에 응석을 부려본다.

 

 

-림(20130426)

 

https://youtu.be/91NP19FODQ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