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 짓는 김 오르고
봄빛 여울지는 피트강 언덕에서
라포엠(bluenamok)
2025. 5. 21. 11:35
봄빛 여울지는 피트강 언덕에서
임현숙
서울의 봄을 두고 온 지 어언 스무 해
막내의 유년이 껑충거리고 두 딸의 사춘기가 들썩이던
돌담 높은 이층집도 두고 왔네
삼백예순 날 칭얼거리던 편두통을 늙은 감나무에 던져주고
일영 밭둑에서 봄을 캐던 고운 벗들과의 시간도 훌훌
마음 깃 여미고 떠나왔지
강 건너 불빛 북적거리는 한강 자리에
달빛 퍼런 프레이저강이 고즈넉이 흐르네
응급실을 드나들던 머릿속이 말개지고
내 생의 봄날인 시詩를 만나고
그늘진 바람이 젖은 마음마저 말려주었던
치유의 땅 밴쿠버
돌부리에 차이고 엎어지면서
살아내야 했기에 오뚝이로 걸어온 길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 갈 것이네
물안개 아침을 여는 피트강이 프레이저강으로
태평양으로 흘러 흘러
저 멀리 동해로 가네
봄빛 여울지는 피트강을 따라가면 서울의 봄을 만날까
두고 온 기억이 부스럼으로 돋아나고
살아야 했으므로 살아있는 오늘
저만치 동해와 손잡은 피트강 언덕에서
부스럼의 딱지를 박박 문지르고 있네.
-림(20250412)
https://www.youtube.com/watch?v=o473DHyCB6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