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18. 3. 6. 04:04

머리를 자르며
임 현 숙
뒤통수 살리고 길이는 짧게
주문하는 대로 가위가 지나가면
화들짝 일어서는 흰머리
세월의 무게로 늘어진 눈꼬리
탄력 없는 볼이며 메마른 입술
거울 속 얼굴이 참 낯설다
하양 교복 카라 명랑한 입술 검은 머리 소녀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어푸거리며
하구까지 흘러 왔구나
일어서면 강바닥이 닿을 텐데
아직도 세파에 허우적대는
하얀 머리 늙은 소녀
저 강물 발원지로 되돌아가면
수영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머리를 자르는 동안
눈 감고 나이를 거슬러 오르고 있다.
-림(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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