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17. 7. 20. 01:37

나이 / 문정희
몇 굽이 암벽을 오르니 드디어 설원
나무 한 그루 온몸 비틀며
앙상한 생명을 증거하고 있다
하늘과 대결하고 있지만
입술로 사랑할 일도 많지 않으니
회오리도 햇살도 부드럽기만 하다
이제 나에게 나이란 없다
없기로 했다
오직 홀로의 등정이 있을 뿐
스승도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다
나이면 다이다
그 말고 누가 더 정확하게
이 아찔한 기상도와
주거부정 철새의 길을 일러줄 수 있단 말인가
찬바람 머리칼처럼 쓸어 넘기며
가만히 서 있어도 무너지는 폐허!
이윽고 여기가 정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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