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23. 11. 29. 04:09

기찻길 따라

 

임현숙

 

 

초록이 무성한 여름을 지나

쓸쓸함이 옛정을 깨우는

가을길에서 너는 내게 왔다

사이에 기찻길을 두고

저편은 너의 세상

이편 나의 세상에서

한 점이 될 수 없는

이 간격이 몽글하기만 하다

때로는 꿈에 젖어

침목 수를 헤아리듯 걷는 하룻길

눈꽃 송이 함박 피어날 때면

두 손 꼭 잡은 눈사람으로

겨울이 길어지기를 바라며

맹랑한 눈웃음만 떨군다

황혼을 바라보며 걷는 이 기찻길

기차가 지나쳐버린 어느 간이역에서도

봄처럼 피어나진 못하겠지만

맥박이 살아 뛰는 나란한 이 길

내일도

나는 걸으리.

 

 

-림(202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