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그 맛 그대로
임 현 숙
몸살감기 일주일 째
자꾸 눕고 싶고 먹을거리만 생각난다
지금도 있으려나 몰라 '명동 할매 낙지볶음집'
사람이 겨우 비켜 지나가는 좁은 통로를 지나
열두어 명 앉으면 꽉 차는 초라한 식당이지만
줄 서서 기다려야만 먹을 수 있었다
주인장 주름살처럼 곱게 채를 썬 양배추 위에
매콤달콤 야들야들한 낙지 볶음과
밥 한 공기 콩나물 국 한 사발
혀는 침을 흘리며 즐거워해도
두 볼이 발개져 후끈거리고
먹고 나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아이고, 다시는 안 먹을게
쥐어뜯는 배를 달래며 다짐하지만
말짱해지면 쓱싹 잊어버리고 다시 달려가곤 했지
아프니깐 그 옛 맛이 그립기만 하다
할매는 흙이 되었을 텐데
아직 그 집, 그 맛 그대로일까.
-림(201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