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13. 1. 3. 07:23

겨울 밤안개
임 현 숙
공습경보도 없이 안개가 겨울밤을 습격하자
도시는 비명도 못 지르고 백기를 듭니다
동장군 바람조차 침묵하는 밤
불 켜진 창문마다 창틈을 꼭꼭 여미지만
최면에 걸린 듯 안갯속에 빠져듭니다
밤이 깊을수록
소리 없이 노략질하는 안개를 창을 통해 내다보다
하얀 유령 도시에 홀로 남겨진 듯
안개가 날 삼켜 버릴 것 같아
불을 끄지 못합니다
지원군은 날이 밝아야 올 것인데
긴 겨울밤
소리 없는 안개와 씨름하며
모래성을 쌓고 또 쌓아도
여명은 멀기만 합니다
햇살이 애타게 그리운 밤입니다.
-림(20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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