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23. 12. 19. 09:47

 

 

거품을 거두고 나면 

 

임 현 숙

 

 

팔팔 끓는 물에

소고기를 넣으면

거품이 이글거리기 시작한다

말끔히 걷어내고

무를 넣어 진하게 우려내면

맛깔스러운 국이 된다

 

고난이라는 열탕에 빠져

발버둥치며 하늘을 탓했는데

내 안에서 녹아 나온 거품이 부글거릴수록

맑아지는 시선과 생각 

물욕이 얼마나 어리석은 거품인지 

깨우치라고

험한 산을 넘게도

불바다에 빠지게도 하셨구나

 

거품을 바닥까지 토해내고 나니

소태맛처럼 쓴 삶의 맛이

꿀처럼 달다.

 

 

-림(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