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bluenamok) 2023. 10. 2. 21:47

 

가을날

 

임현숙

 

 

하늘빛 깊어져

가로수 이파리 물들어가

심연에 묻힌 것들이

명치끝에서 치오른다

단풍빛 눈빛이며

뒤돌아 선 가랑잎 사람

말씨 곱던 그녀랑

두레박으로 퍼올리고 싶다

다시 만난다면

봄날처럼 웃을 수 있을까

가을은 촉수를 흔들며 사냥감을 찾고

나무 빛깔에 스며들며

덜컥 가을의 포로가 되고 만다

냄비에선 김치찌개가 보글거리고

달님도 창문 안을 기웃거리는데.

 

 

-림(20230930)